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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이야기

헤비츠의 가죽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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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죽이야기 1. 베지터블 가죽이란
작성자 헤비츠 (ip:)
  • 작성일 201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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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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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vitz




[헤비츠의 가죽이야기]

Vegetable tanned leather

피부에 가장 가까운 소재,

천연 베지터블 가죽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베지터블 가죽은 일부 고가품에만 사용되는 희귀한 가죽이었지만, 이제는 국내에서도 많은 공방들이 본격적으로 베지터블 가죽을 다루고 있다. 이 명칭이 갑작스럽게 마케팅에 사용되면서 그 의미나 정의를 불분명하게 사용하는 사례가 늘었고, 복잡한 가죽의 제조법과 허술한 법적 규제 때문에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분명 베지터블 가죽은 고급 원피만을 사용해 최소한의 표면처리를 하기 때문에 가죽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고, 관례상 일반 상품보다는 고가의 명품백이나 고급 구두 등에 쓰였던 것이 맞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은 반드시 베지터블 가죽이기 때문은 아니다.
사실 베지터블 가죽이 이러한 이름을 얻게 된 것은 현대에 들어서다. 그전까지는 많은 가죽이 베지터블 무두질로 만들어 졌고, 가죽의 등급은 원피의 품질과 마감 방법에 의해 결정됐다. 그러나 19세기 크롬 광물을 발견하고, 중금속을 이용해 신속하게 무두질을 하는 방법이 개발되면서, 가죽은 빠르게 산업화하기 시작한다. 축산물을 도축하는 축산업과 가죽을 생산하는 태너리가 고도화되어 가죽의 가격은 내려갔고, 이제 천연가죽의 가격은 대중들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문제는 이렇게 중금속을 이용해 만든 크롬가죽의 안전성이었다. 생산과정에서 아무리 잘 세척한다 하더라도 가죽에는 미량의 중금속이 잔류하며, 그것이 표면을 통해 방출되어 사용자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밝고 선명한 색과 저렴한 비용으로 우리 눈을 즐겁게 하던 아조 염색도 마찬가지였다. 가죽제품은 늘 피부와 닿는 물건에 사용되기 때문에, 가죽 내 중금속 잔류문제는 아무리 미량이라 하더라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다. 각국은 다양한 규제를 신설하여 치명적인 중금속과 독성물질의 사용을 금지했고, 그제서야 본래 인류가 가죽을 만들던 방식에 다시 주목하게 되는 참이다. 이 베지터블 가죽을 이해하기 위해, 여기서는 가죽을 만드는 과정인 '무두질'에 대해 알아본다. 또한 크롬 가죽과 대척점에 서 있는 베지터블 가죽의 의미에 대해 알아본다.
 

글·사진 : 김준기

원문게시일 : 2014.05.20

최종수정일 : 2015.11.23






 

Google에서 leather tanning으로 검색한 화면.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가죽을 만드는 사람들의 모습과, 산업화된 무두질 설비 등 다양한 무두질 장면을 볼 수 있다.








무두질(tanning)이란


가죽은 동물을 잡아 그 살가죽을 벗겨낸 것으로, 여기에는 살점이나 지방, 털 등이 붙어 있어 이대로는 사용할 수 없다. 가죽을 원료로 사용하려면, 이러한 필요 없는 성분들을 걸러내고, 단백질섬유 사이에 존재하는 물을 제거하여 썩지 않도록 방부처리하는 방법이 필요한데, 이렇게 가죽을 원료로 만드는 방법을 무두질이라고 한다. 많은 경우 가죽 원료를 가공하는 과정 자체를 무두질(제혁)이라고 표현하지만, 현대의 가죽가공과정은 일련의 전처리 과정과 무두질(tanning), 그리고 후가공으로 이루어진다. 무두질이 이렇게 복잡해진 것은, 그동안 물리적인 힘으로 고생스럽게 작업하던 가내 무두질 과정이 공장식 화학 무두질로 변형되었기 때문이다.






염장하여 운반해 온 생가죽(Raw hide, 왼쪽)과, 용액에 담가 무두질 중인 가죽(오른쪽). 전체 무두질 과정은 제반 용액에 담그고 건져내는 행위의 연속이다.​ 사진 : www.troubadourgoods.com



우선 동물의 거죽을 벗겨낸[Skinning] 것은 크기에 따라 하이드hide나 스킨skin으로 구분한다. 일반적으로 대형 가축에서 벗겨낸 가죽을 하이드라고 하는데, 오늘날 가죽산업은 공장화된 축산업의 부산물을 이용하므로, 대부분 가축 도축장에서 나온 하이드로 보아도 무방하다. 1993년 FAO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 가공가죽의 78%는 소와 버팔로이고, 15%가 양가죽, 7%가 염소가죽이다. 축산업은 계속해서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에, 소가죽의 점유율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 파충류나 소형 포유류, 어류 등의 작은 특수 가죽은 보통 스킨이라고 부른다.


고대에는 벗겨낸 생가죽에서 썩는 살점과 털 등을 칼로 긁어내거나, 두들기고 말리는 등의 물리적 노동력으로 전처리를 완성했다. 특히 여기서 중요한 자원이었을 기름을 빼내는 방법도 다양하여, 무두질 과정에서 생성된 기름의 명칭도 따로 존재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는 이 모든 노동행위들이 화학적 처리 과정으로 변화하여 훨씬 빠르고 수월해졌다. 제혁은 화학적 발전에 따라 크게 변화해 왔다.

오늘날 도축장에서 육가공을 위해 벗겨낸 생가죽(하이드)은 육가공 산업의 부산물로, 재활용을 위해 그대로 소금물(brine ; 5% 이상)에 16시간 이상 염장[Curing]하여 보관한다. 이 과정에서 콜라겐 등 단백질과 지방 성분이 상당수 제거되고, 삼투압에 의해 가죽 내 수분이 현격하게 줄어들어 부패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아지게 된다. 염장하여 보관해 둔 하이드는 수 일~몇 달 이내에 전처리를 하는 빔하우스(beamhouse)로 운반한다.

빔하우스에서는 들어온 가죽을 한 차례 물에 담가[Soaking] 씻어낸 뒤, 석회화[Liming] 한다. 이 중화과정에서는 석회를 비롯한 알칼리성 용액에 가죽을 넣어 단백질 섬유간 결합을 끊고, 털(케라틴)이나 콜라겐 등 단백질 성분과 지방 성분을 제거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가죽 내 단백질 섬유들은 부피가 증가하게 되는데, 이는 이후 무두질과 염색이 더욱 균일하게 잘 되도록 돕는다.

석회화 이후에 물리적으로 털을 제거하며[Unhairing], 알칼리성이 된 가죽을 탈회[deliming]하여 pH수치를 다시 낮추고, 상품에 따라 효소를 사용해 가죽을 부드럽게 만들기도 한다[Bating]. 이러한 과정은 무두질 방법이나 최종 가죽의 원하는 상태에 따라 선별적으로 실행되며, 최종적으로 모든 화학작용을 중화[Picking]하여 전처리 과정을 마친다.




 


틀에 가죽을 매어 털이나 살점을 긁어내는 원시적인 무두질(첫번째 사진). 이렇게 만든 가죽은 딱딱하여 사용하기 힘들고 고약한 냄새가 난다. 가죽을 서로 다른 대형 수조에 차례로 담갔다 빼거나(두번째 사진) 커다란 통에 넣어 돌리면서 많은 양의 가죽을 한 번에 무두질할 수 있게 되었다(세번째 사진) 오늘날 대형 태너리 설비의 처리량은 늘어났지만, 무두질의 기본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마지막 사진).



 


전처리를 마친 가죽은 이제 본격적인 무두질에 들어간다. 주로 무두질에 사용되는 시약은 크게 식물성 타닌, 황산크롬과 같은 무기염, 동물의 기름 등으로 구분되며, 사용 시약에 따라 무두질을 서로 다르게 부른다. 시대에 따라 다양한 무두질 방식이 발전해 왔으나, 오늘날 식물성 탄닌을 사용하는 Vegetable 무두질과 황산크롬염을 사용하는 Chrome 무두질이 대표적이다. 이 두 가지 무두질은 전통과 현대, 자연과 공업 등 뚜렷하게 구분되는 이미지를 가지고 대비되고 있다.


베지터블 무두질(tanning)은 전처리한 하이드를 식물에서 채취한 탄닌(tannin) 용액에 담가 가공하는 방법이다. 탄닌은 식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합성하는 폴리페놀 화합물로, 와인의 떫은 맛을 만들어내는 주된 성분이기도 하며,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class 1 방부제다. 주로 나무껍질이나 잎 등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탄닌은 콜라겐 성분을 굳히고 섬유를 코팅하여, 가죽의 흡습성을 떨어뜨리고 박테리아의 번식을 막는다. 동물의 살거죽은, 탄닌 용액에 몇 주 동안 담금질을 반복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가죽이 된다. 

19세기 중금속 크롬을 채굴해 무두질에 이용하기 전까지, 무두질은 당연히 탄닌(tannin)을 이용한 태닝(tanning)이었다. 보통 탄닌이 풍부한 참나무(tanbark oak) 등의 나무껍질을 이용했고, 이런 수종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지역에서는 생선기름이나 소변의 암모니아를 이용하기도 했다. Marrakesh나 Fez 등, 예전 방식 그대로 가죽을 만들고 있는 고대 도시의 가죽제품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는 이 때문이다. 오늘날 상업적 경쟁력을 갖춘 전문 태너리들은 현대화된 설비에서 순수한 탄닌 용액을 채취해 베지터블 가죽을 만들어내고 있다.






캘리포니아 나파의 Sawyer Tannery는 초기 크롬가죽 역사를 이끈 장본인 중 하나다. 『The Napa River(2012)』, Nancy McEnery



1858년 크롬으로 가죽을 무두질하는 방법이 개발되고, 19세기말 크롬 무두질이 보편화되기 시작한다. 각종 화공약품으로 빠르고 쉽게 무두질할 수 있게 되면서, 미네랄 무두질은 어렵고 힘든 베지터블 무두질을 빠르게 교체해 나간다. 미네랄 무두질은 베지터블 무두질에 비해 생산 시간을 상당히 단축할 수 있어 대량 생산이 가능했고, 이러한 산업적 이점 덕분에 가격을 한껏 낮춘 크롬 가죽은 한때 전 세계 가죽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크롬 태닝은 강한 화공약품을 이용한 공정을 핵심으로 하기 때문에, 베지터블 가죽 무두질에 비해 pH를 조정하는 몇 가지 과정들이 더 필요하다. 황산크롬염이 침투하면 가죽의 pH가 치솟으면서 무두질 과정이 촉진되는데, 이를 염기성화[Basification]라고 한다. 이렇게 크롬 태닝으로 만들어진 가죽은 푸른 색을 띄었기 때문에, 크롬 가죽을 'wet blue'*1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처리를 제외하면 크롬 무두질은 하루가 채 걸리지 않으며, 특히 처음 소개될 당시 부드럽고 신축성 있는 가죽으로 유명했다.

 

*1 미네랄 무두질에는 알루미늄, 지르코늄, 티타늄, 염철(iron salt) 등 다른 광물염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크롬 외에 광물을 사용하면 흰색 가죽이 만들어져서 'wet white'라고 부른다. 초기에는 비용이 높아 잘 사용되지 않았으나, 크롬 태닝보다는 훨씬 친환경적인 것으로 알려진데다 최근 광물 사용이 상대적으로 쉬워지면서 일부 고급품에 웻화이트가 사용되는 추세다. 크롬 태닝으로 만든 가죽은 수축온도가 섭씨 95~100도인 반면, 웻 화이트의 수축온도는 그보다 낮은 70~85도 정도다.



이렇게 막 무두질되어 나온 가죽은 아무런 처리가 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에서 crust / unfinished leather 라고 부른다. 가죽 원단을 보호하고 상품성과 사용성을 좋게 만들기 위해 상업적 생산품에 최종 마감을 하게 되는데, 전통적으로는 오일이나 왁스 성분을 가죽에 먹여 마감을 했지만, 최근에는 가지(fat-liquoring) 작업 이후 다양한 코팅 기술이 발달해 있다. 가죽을 어떻게 마감했느냐에 따라 가죽의 품질과 등급에 커다란 차이가 생기는데, 고급 가죽은 표면 처리 방법에 따라 크게 풀그레인(FG)과 탑그레인으로 구분한다. 그 외에 천연 가죽들은 버프 가죽과 피그먼트 가죽 등으로 등급이 낮아지며, 그 외에 다양한 합성 및 인조 가죽들이 존재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이후 가죽이야기3에서 계속 이어 나간다.

 



무두질 전처리 (빔하우스 공정)
- Soaking : 염장 처리한 생지를 원상태로 돌린다. 염화칼륨이나 살균제 등 방부제와 흙, 분변, 혈액 등 이물질을 제거한다.
- Fleshing : 도축장에서 박피한 생지에는 살점이나 체모, 표피 등 가죽과 상관 없는 조직들이 많이 남아 있다. 황화물과 석회 등 염기액을 이용해 제거한다.
- Bating : 플레싱 작업을 마치고 염기화된 생지를 암모늄염을 사용해 중화(de-liming)한다. 소화작용과 비슷한 효소 처리를 하여 남은 체모와 단백질들을 감성한다. 이 공정을 거치면서 모근과 색소들이 모두 제거되며, 하이드가 약간 부드러워 진다.
- Pickling : 크롬이나 탄닌이 하이드에 침투할 수 있도록 피클링을 통해 pH3까지 산성화한다. 이때 하이드가 부풀어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소금염을 더한다. 방부 목적으로 가죽 무게의 0.03~2퍼센트 가량에 해당하는 곰팡이 제거제와 살균제를 적용한다.


무두질
무두질에는 두 가지 공정이 가능하다.
1. Chrome tanning : 피클링으로 pH3까지 낮아지면 크롬염(Cr3+)을 더해 준다. 크롬을 정착시키기 위해서 천천히 pH를 증가시킨다. 크롬 태닝 공정은 크롬염 이온과 콜라겐의 카르복실기의 교차결합에 기반한다. 이 때문에 고온이나 박테리아에 대한 가죽의 저항성이 높아진다. 크롬 태닝한 하이드는 건조중량의 2~3퍼센트에 해당하는 3가 크롬을 함유한다. 크롬태닝을 마친 하이드, 즉 wetblue의 건조중량은 40%다.
2. Vegetable tanning : 베지터블 태닝은 보통 일련의 수조에 태닝용액의 함량을 점진적으로 늘려 담아 무두질한다. 식물성 탄닌은 폴리페놀 화합물로 두 가지 종류가 있다. Pyrogallol에서 유도된 가수분해 탄닌(chestnut, myrobalan 등)과, catechol에서 유도된 액화탄닌(hemlock, wattle 등)이다. 베지터블 태닝은 태닝제의 수소결합 된 폴리페놀들이 단백질 사슬의 펩티드로 결합한 결과로 보인다. 몇몇 경우에는 하이드 무게의 50%에 달하는 탄닌이 병합하기도 한다(Ockermann and Hansen, 1988).

마감
- Wetblue : 크롬 태닝한 하이드는 보통 재무두질을 한다. 하나 이상의 태닝제를 혼합하여 무두질을 반복해, 염색과 오일처리 과정에 적합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이는 적절한 감촉과 부드러움, 더 나은 색상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죽에 흡수되어 있는 물을 일정 수준까지 제거하고 균일한 두께로 피할을 시행한다. 보통 사용되는 건조방식은 진공 건조다.
- Crust : 무두질과 건조를 마친 상태를 크러스트 레더라고 하며, 여기에 수 많은 마감 공정이 더해진다. 마감은 하이드를 더욱 부드럽게 만들거나 작은 결점들을 가리기 위해 시행된다. 유기용제나 수용성 염료, 바니쉬 등으로 처리된다. 마감을 끝낸 최종 제품의 건조중량은 보통 66~85% 내외다.

Wageningen, <Management of Waste from Animal Product Processing>, 1996.









 

 

베지터블 가죽과 크롬 가죽의 차이


가죽 무두질은 매우 힘든 일이었고, 악취와 오염이 심했기 때문에, 현대적으로 생산된 wet blue는 산업화와 모더니즘의 상징과 같았다. 그러나 산업적 미덕을 갖춘 많은 화학기술들이 그러했듯, 시간이 지나면서 싸고 편리한 크롬 태닝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한다. 우선 중금속을 사용하는 작업과정은 작업자의 생명을 위협했고, 그 폐기물은 환경을 심하게 오염시켜 작업규칙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지금보다 작업자 인권 및 안전, 환경에 대한 의식이 낮았던 과거, 규정을 지키지 않는 일부 산업시설 때문에 가죽공장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나빠진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후 가죽에 중금속이 상당량 잔류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2되면서, 크롬 가죽은 '중금속 가죽'이라는 오명을 얻게 된다.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6가 크롬은 최근 사용이 금지되어, 요즘은 대부분은 3가 크롬으로 무두질을 한다. 그러나 가죽 표면에 잔류하는 3가 크롬이 강한 햇빛의 자외선이나 땀 등과 접촉하면 6가 크롬으로 산화된다*3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어, 여전히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종종 브랜드 가죽제품에서 발암물질(6가크롬)이 검출됐다는 뉴스가 나오곤 하는데, 이 업체들은 규정에 맞게 3가 크롬을 사용해 생산했는데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에 대해 아직까지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 이 지점에서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들이 이러한 크롬 가죽을 구분할 수 있는 법적 표기가 없다는 점이다. 크롬 무두질을 하던 베지터블 무두질을 하던, 소가죽은 전부 공산품의 한글표시사항에 의해 '천연 가죽'으로 표기된다. 생산량이 워낙 많고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거의 대부분의 Genuine Leather들은 크롬 가죽이다.

*2 Iva Rezic, Michaela Zeiner, <Determination of extractable chromium from leather>, 2008.

*3 Yolanda Hedberg, <Correlation between bulk- and surface chemistry of Cr-tanned leather and the release of Cr(III) and Cr(VI)>, 2014







황산크롬으로 무두질을 한 크롬 가죽은 모두 특유의 푸른 빛깔을 띄는데, 이를 wet-blue라고 불렀다. 20세기 내내 웻블루는 인류를 풍요롭게 한 화학 기술 발전의 상징과 같았고, 가죽의 대량생산과 보급을 견인했다. 한편,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이 인공색상을 가리기 위해 가죽에 색을 입히고 커버하는 기술이 발전할 수 밖에 없었다. 사진 : 레더인터내셔널



 

크롬 가죽은 기존 가죽의 단점들을 보완하면서 화려하게 등장한 근대적 상품이었다. 이전까지 사용되던 베지터블 가죽은 식물성 탄닌의 작용에 한계가 있어 가죽이 질기고 튼튼했고, 사용자가 길들이는데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다. 무엇보다 본래 가죽면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에 촉감이 좋은 반면, 물이나 기름에 얼룩지기 쉽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크롬 가죽은 특유의 부드러움(나파가죽)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이 부드러운 가죽의 색깔은 선명했으며, 물이나 기름을 잘 흡수하지도 않아 얼룩 없이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생산량이 많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한동안 '웻블루'는 모던의 상징과도 같았고, 플라스틱을 두른 화려한 가죽들은 지금까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크롬 가죽의 몇몇 특성들은 사실 가죽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 가공'의 산물이었다. 크롬 가죽은 안료와 플라스틱 코팅으로 표면처리를 하기 때문에 언뜻 오염에 강해 보이지만, 사실은 코팅 때문에 가죽을 관리하기가 어려워서 수년 내에 사용 불가능한 상태가 되기 일쑤다. 적절한 수분과 유분은 가죽의 단백질 섬유를 원래 상태로 오랫동안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성분인데, 플라스틱 피막이 이런 성분을 가죽에 접근시키지 않는다. 또한 강한 황산크롬으로 단백질을 녹이다 보니 가죽의 단백질 섬유의 손상이 커서, 유연성이 좋아진 만큼 내구성이 떨어졌다.

몇몇 책이나 문서에서 크롬가죽의 장점을 '선명한 발색'으로 꼽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전형적인 관점의 차이에 불과하다. 애초 크롬 무두질 과정에서 사용된 중금속 때문에 가죽이 변색되어(웻블루), 이를 가리기 위한 목적으로 진한 염색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진한 안료로 표면을 균일하게 염색하게 되면, 여러모로 가죽의 산업적 생산성이 좋아진다. 일단 원단이 균일하니 가죽을 잘라 쓸 때 고민할 필요가 없고, 소비자 만족도도 높아진다. 게다가 흠집이나 상처 등이 많은 저급 가죽의 표면을 살짝 갈아내고 그 표면을 염색과 코팅으로 뒤덮으면, 언제나 똑같이 깨끗하고 균일한 표면의 가죽이 나오기 때문에 원래 가죽의 품질을 짐작하기 어려워진다. 이것이 코렉티드 레더의 비밀이다.

즉, 표면을 균일하게 만들기 위한 염색이다보니 역으로 더욱 진하고 선명한 염색을 하게 되는 것이지, 크롬 가죽의 발색력이 특별히 좋다고 보긴 어렵다. 염색 과정은 무두질과 전혀 관련이 없기 때문에, 무두질에 따라서 발색력의 차이가 날 이유가 없다. 오히려 표면을 가릴 필요가 없는 가죽과 가려야 할 가죽으로 나뉘는 것이 타당하다. 오히려 염색을 진하게 한 크롬 가죽일수록 원피의 품질을 의심할 여지가 많다. 기껏 좋은 가죽을 고생스럽게 베지터블로 무두질 해놓고, 표면이 보이지 않도록 진하게 색으로 덮어버릴 태너리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가죽의 본질은 동물의 피부다 ⓒ hevitz



베지터블 가죽과 크롬 가죽은 정확히 반대편에서 대립하는 소재다. 자연스러움과 인공적인 아름다움이 대립하며, 효율과 상품성, 소재의 품질과 가치가 충돌한다. 크롬 가죽은 대개 하루 만에 무두질을 끝내게 된다. 가죽의 모든 자연스러움을 결점으로 판단해 교정하고 갈아낸(corrected) 크롬 가죽의 염색 공정 역시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 강한 안료를 표면에 덧칠하여 커버하는 방식(pigmented)을 사용한다.

반면 ​베지터블 무두질에 사용되는 식물성 탄닌은 황산크로뮴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리게 작용한다. 오늘날 기계식 설비를 갖춘 대형 태너리에서조차 베지터블 가죽 한 장을 만드는 데 40여일 이상을 들인다. 오랜 무두질 시간 때문에 생산성이 낮아, 설비를 대형화하더라도 크롬 가죽만큼 생산 비용이 낮아질 수가 없다. 이쪽 진영에서는 가죽면에 남은 점이나 약간의 상처들을 결점이 아닌 'natural mark'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표면을 애써 가리지 않고 최소한의 염색 정도로 마감을 마치게 되며, 처음부터 표면을 가리지 않아도 되는 고급 원장만을 골라 무두질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베지터블 가죽에는 가죽 본연의 모습이 살아 있고, 피부의 주름이나 흉터까지도 그대로 남아 드러난다. 언뜻 상대적으로 스크래치와 물기에 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무두질 과정에서 단백질 섬유가 덜 손상된 베지터블 가죽이 더 질기고 튼튼하다. 얼룩이 쉽게 지거나 흠집이 잘 생기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코팅으로 표면처리를 하지 않는 것은, 가죽 내부의 단백질 섬유를 최상의 상태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베지터블 가죽은 오래도록 사용하며 가죽 고유의 patina를 볼 수 있게 된다. 당장의 겉모습보다는 보이지 않는 품질에 집중하는 소재인 셈이다.

무엇보다 베지터블 태닝은 사용자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무두질 방식이다. 최근 1차 무두질을 크롬 무두질로, 2차 무두질을 탄닌 무두질로 하는 혼합법이 시행되고 있고, 크롬 외에 다른 중금속을 사용하는 제법이 활용되고 있지만, 표면에서 중금속이 검출되지 않는 가죽은 오로지 순수한 베지터블 태닝 가죽 뿐이다. 비록 생산효율이 떨어지고 생산단가가 높아 고급 가죽의 무두질에만 사용하여 가격은 다소 높지만, 여전히 그만한 가치가 충분한 소재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해도, 가죽은 여전히 귀한 생명을 희생해 얻는 소재다. 그 가격을 떠나, 당연히 꾸준히 관리해주며 오래도록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가죽이 지닌 불편함은 현대 공산품의 개념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베지터블 가죽의 생산시간이 너무 길어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없었고, 자연적인 소의 피부 때문에 제품의 균일성을 담보할 수 없었다. 특히 관리할수록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고급 가죽의 뛰어난 내구성은, 제품의 순환주기가 빨라진 현대 패스트패션에 의해 배척당했다.

그러고보면 크롬가죽의 플라스틱 표면은 마치 '가죽'이란 소재에서 생명의 기운을 지워 죄책감을 덜려는 시도로 보인다. 저렴하게 구입해 1~2년 잠깐 사용하다, 낡으면 버리고 또 구입하는 공산품이다. 관리가 되지 않으니, 좋은 소재를 오래도록 사용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조차 빨리 소비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어느새 가죽은, 당연히 미끈하고 컬러가 선명하며 광택 있는 소재가 되었다. 사람들은 '가죽'이라는 단어에서 피 냄새를 맡고, 인간의 잔인함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가죽은 이제 거대한 축산업의 필수불가결한 사이클이 되었다. 대규모로 소를 길러 고기, 가죽, 우유를 생산해 내는 전체 산업구조에서, 가죽은 어마어마한 양의 육가공 폐기물을 활용하는 가장 오래된 재활용 산업으로 인정 받는 중이다. 점점 축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가죽의 가격은 떨어졌고, 이제 태너리들은 가죽만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 앞으로 우리가 고기와 우유를 소비하는 한, 가죽을 외면해야 할 이유는 다시 없을 것이다.

이러한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반드시 소재의 내구성과 관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베지터블 가죽의 모든 불편함은, 내구성과 관리 가능성을 약속하는 특성이자, 친인간성과 친환경성을 의미한다. 베지터블 가죽이란, 오래도록 관리하며 사용하는, 우리 피부에 가장 가까운 천연 소재다.




 

 

 천연 베지터블 가죽을 사용해 사용할수록 멋있게 변하는 헤비츠의 제품 ⓒ hev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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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터블 가죽 에이징하기


인위적인 표면처리 없이 가죽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천연가죽은, 사용자의 습관이나 사용환경에 따라 각각 다르게 변해간다. 주변 환경에서 오일이나 습기 등을 흡수하고, 일광에 의해 변색되거나 열에 의해 변형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고 빈티지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년변화를 보통 '태닝'이라고 말하는데, 같은 단어를 공유하고 있지만 이는 무두질(leather tanning)보다는 Sun tanning에 가깝다. 사실상 변색에 가까운 과정이어서, 실제로 가죽을 보관할 때는 태닝(변색)을 막기 위해 직사광선을 차단한다.

가죽의 태닝은 천연 가죽만의 '막을 수 없는 변색'을 자연스럽고 균일하게 인위적으로 만드는 행위다. 마치 여름 해변가에서 놀다가 보기 싫은 자국을 남기기보다(sun burn) 태닝업소에서 미리 고르게 태닝하는 것과 같다. 여기에는 유분과 직사광선 두 가지 요소를 사용한다. 좋은 베지터블 가죽은 마무리 공정에서 충분히 가지(fat-liquoring)하여 유분을 많이 머금고 있어, 뜨거운 직사광선에 한 두 시간 놓아두면 속에서 유분이 올라와 표면을 진하게 물들인다. 그러나 원래 이 유분은 가죽의 단백질 섬유를 오래도록 좋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미리 표면에 가죽에센스를 충분히 발라준 뒤, 한 시간 이내의 짧은 시간만 태닝하여 가급적 가죽이 상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한편 이러한 인위적인 태닝과 상관 없이, 코팅이 되어 있지 않은 천연가죽은 사용습관과 환경에 따라 천천히 늙어가게 된다. 자연스럽게 햇볕도 쬐기 마련이고, 주인의 손이 닿을 때마다 때가 타며 손에서 나온 땀과 유분을 조금씩 머금게 된다. 이렇게 오래도록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손때가 묻고 불규칙하게 낡아가는 것을 특별히 '나이가 들어간다'는 의미에서 에이징ageing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떤 시각을 가지고 어떻게 가죽을 사용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사용자의 선택이지만, 결국 자연스럽게 사용하면서 변화해 가는 모습이야말로 '사용자의 손길과 시간'을 의미하게 되기 때문에, 우리는 인위적인 태닝보다는 에이징을 더 선호한다. 헤비츠 블로그에서는 특별히 에이징된 가죽 제품을 따로 촬영해 올리고 있다.

에이징과 가죽 관리의 핵심 요소는 유성분이다. 가죽을 구성하는 단백질 섬유는 늘 일정 정도의 유분을 머금고 있어야 변화하는 환경에서도 탄력과 부드러움을 잃지 않고 결합 구조를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때문에 천연가죽은 주기적으로 고형 가죽에센스를 발라 유성분을 흡수시켜 관리하는 것이 좋은데, 이 유성분이 점점 가죽의 색상을 어둡게 변색시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에이징과 가죽 관리는 얼마나 필요한 만큼만 적당한 유분을 가죽에 공급해 줄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 유성분은 추가적인 오염에서 어느 정도 보호막 역할도 하기 때문에 천연 코팅으로 많이 쓰이기도 했으며, 다양한 오일링 기법으로 발전했다.







참고 : http://en.wikipedia.org/wiki/Leather_tanning



* 본 게시물은 헤비츠 고유의 저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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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헤비츠의 가죽이야기 2. 야채가죽이 뭐야? Vegetable Leather_헤비츠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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