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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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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죽이야기 7. 나파 가죽이란
작성자 헤비츠 (ip:)
  • 작성일 2016-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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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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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급차량의 시트에 사용된 나파가죽. 생활오염에 대응할 수 있도록 탑코트를 올린 소가죽이다. 최근 고가의 차량들은 가죽에서 크롬이 나오지 않도록 알룸탠 등 다른 산업 무두질을 한 가죽을 적용하는 추세다.




부드러운 양가죽이 고급 가죽으로
Nappa/Napa Leather


가죽은 복잡한 가공품이며, 그 명칭에 일관된 기준이 없어 일반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힘들다. 가죽 중에서 가장 유명하지만, 그 정의가 가장 모호한 이름 중 하나가 바로 '나파'다. 지난 가죽이야기에서 다룬 '쎄무'가 생산자의 무지에 의해 의도치 않게 벌어진 사고라고 하면, 나파가죽은 마케팅의 필요에 의해 무분별하게 남발된 네이밍이라고 볼 수 있다. 자동차 고급 시트가죽을 언급할 때 꼭 등장하는 나파가죽의 정확한 의미를 알아보자.


글 : 김준기

원문게시일 : 2015.01.29​

최종수정일 : 2016.04.05








마음대로 가져다 쓰는 이름

오늘날 나파 가죽은 보통 고급 가죽으로 소개되며, 고가의 사치품이나 가구, 고급차의 내장마감 등에 사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페이지에 의하면 나파가죽은 매우 부드럽고 유연하지만, 천연가죽이므로 생각보다 질겨서 내구성도 괜찮은 편이다. 그 외에 물을 흡수하지 않도록 처리된 것이 일반적이다. 설명이 조금 짧다 싶으면 어김없이 "by Emanuel Manasse in 1875 in Napa California"라는 표현이 따라 붙는다.

나파가죽에 대한 서로 다른 설명 중 공통적인 부분은 이 정도다. 심지어 이름조차 통일되지 않아, napa, nappa가 혼용되고 있다. 페이지에 따라 풀그레인이라던가 탑그레인과 같은 단어가 번갈아 등장하지만, 종종 pigmented나 buffer와 같은 단어도 발견할 수 있다. 대개 이런 묘사들은 '일반적' 혹은 '보통의 경우'와 같은 전제와 함께 부정확하게 이루어진다. 특히 판매자들의 나파가죽에 대한 묘사에서는 그 가죽이 정확하게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다. 원료도 소가죽과 양가죽이 번갈아 가며 등장하고, 처리 방법도 모호하다.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면, 나파가죽을 적는 이유가 '최상급', '최고급'과 같은 수사를 한 번이라도 더 언급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는 점이다.








스페인산 wet salted raw sheep skin에 nappa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하고 있다. 도축 후 벗겨낸 가죽 원장은 이렇게 염장하여 저장 및 운송한다.




좀 더 객관성을 띄는 설명들을 찾아보면, 이 가죽의 정체를 어느 정도 유추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용되는 나파가죽의 정의는 "Nappa, or napa, leather is a soft, flexible leather usually derived from kid, lamb or sheep skin" 정도다. 영어권 사전들은 좀 더 특정한 설명을 공유하고 있는데, 그 중 메리암 웹스터 사전을 보면 "Napa leather: a glove leather made by tawing sheepskins with a soap-and-oil mixture; also: a similar soft leather"라고 적고 있다. 1903년 설립된 미국가죽화학자협회는 "Napa leather: chrome-, alum-, or combination-tanned sheepskin glove leather, drum colored"라고 정의한다.  


이 중에서 웹스터 사전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예전 영문 기록에서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1903년 출판된 Louis A. Flemming의 『Practical Tanning』에서는 양가죽의 다양한 무두질을 소개하면서 "양가죽을 가장 간단하게 무두질할 수 있는 방법은 나파 태닝(The cheapest tannage by which sheepskins are tanned is the Napa tannage)"라고 썼다. 이 책은 chrome tanning과 alum tawing, oil tanning과 함께 napa tannage를 서술하고 있으며, 나파 프로세스를 "태닝이 아닌 큐어링에 가까우며, soap and oil tannage와 비슷하다"고 적고 있다. 현재 나파가죽의 사전 정의는 이 당시 내용을 계속해서 이어 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한 지역명에서 유래된 이 이름은 이제 각종 카탈로그에서 '부드러운 가죽'을 지칭하는 보통 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이 가죽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Emanuel Manasse의 1875년 5월 3일 특허 신청서.


나파에서 탄생한 가죽 무두질

1875년 5월 3일, Emanuel Manasse는 『IMPROVEMENT IN PROCESSES OF PREPARING OR TANNING SKINS』 라는 제목의 특허를 출원(US165348A)한다. 서문은 "석회를 사용하지 않고 무두질하여, 매우 부드럽고 유연하면서도 내구성을 유지하고 있어, 장갑 등을 제조하기 적합한 가죽을 만드는 방식"이라고 기술하고 있으며, "이 제조공정은 양가죽에 특히 적합하나, 다른 가죽에 적용해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제혁은 아주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만, 원리는 단순하다. 가죽에서 썩기 쉬운 것들을 모두 제거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방부처리를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초기의 가내 제혁은 이를 물리적 노동으로 해결해야 했다. 털을 긁어내고, 가죽을 씹어서 붙은 지방이나 살점을 떼낸 뒤, 기름을 발라 두들기면서 그 산화력으로 기초 무두질을 했다. 제혁은 오랜 시간 조금씩 공업화하면서 물리적 노동력을 화학반응으로 달성하고 있었는데, 마나세가 특허를 제출하던 시기는 무두질 용액의 개념 자체가 완전히 바뀌면서 제혁업의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던 시점이었다.


도살장에서 염장하여 운반된 원장은 먼저 준비실(Beamhouse)로 들어가 전처리를 마친 뒤 무두질을 한다. 전처리에서는 각종 이물질과 지방, 그리고 가용성 단백질을 녹여 내고 단백질 섬유만 남겨 놓게 되는데, 보통 여기에 사용하는 것은 석회(lime)다. 라이밍을 거친 가죽은 콜라겐 섬유가 팽창하여 무두질을 하기 좋은 준비상태가 되지만, 내부의 지방질까지 모두 제거되기 때문에 관련 기술이 부족하던 과거에는 탈회 과정에서 pH 조정이 잘못되어 터지거나 부서지는 일이 많았다. 마나세의 특허는 이 라이밍을 따로 하지 않고, 'sweathouse'에서 무두질하기 좋게 다듬은 가죽을 특유의 용액에 바로 담근다고 되어 있다.


오늘날의 제혁기술에서 보면 나파 태닝은 아주 간단하다. 소금과 'white-rock potash'를 섞은 용액에 두 시간 정도 담가 두었다가 완전히 말린 뒤, 다시 비누와 우각유를 녹인 용액에 담갔다가 말리는(soap and oil tannage) 과정을 반복하도록 되어 있다. 이를 통해 복잡한 무두질 전처리 과정을 상당히 단순화시켜 효율을 높이고, 실패율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기존의 무두질과 비교하여 핵심은 칼륨(potash)을 사용한 것인데, 문서에는 white-rock potash가 정확하게 어떤 물질인지 화학용어로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석회 대신 라이밍을 할 수 있는 물질로 추측해 볼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pure white rock potash를 비누 제조용으로 판매한 빈티지 포스터(링크)가 존재하는 것으로 미루어, 이 '흰 칼륨석'은 수산화칼륨(KOH)을 지칭할 가능성이 높다. 오랜 동안 칼륨은 pot ash, 즉 식물을 태우고 남은 재(ash)를 녹인 잿물을 항아리(pot)에서 증발시켜 얻는 물질이었다. 우리가 흔히 양잿물을 만들 때 사용하는 순수한 수산화나트륨은 1884년에야 공업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마나세의 특허는 아직 공업적으로 생산하기 전인 수산화나트륨 용액을 만드는 방법이자, 오늘날 일반적으로 알려 진 '양잿물에 녹여 무두질하는' 방법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국제크롬개발협회에서 발행한 크롬 개발 연표. 인류가 순수한 크롬을 분리해 낸 건 이보다 훨씬 뒤인 1989년이다.


​​

나파 가죽산업의 성장과 쇠락


나파 무두질 특허의 정체는, 양잿물과 soap and oil tannage을 활용한 초기 미네랄 무두질의 하나다. 당시 상황을 고려해 보면 이 특허의 의미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국제크롬개발연합의 2011년 연대표를 보면, 처음 크롬 무두질의 원리가 발명된 것은 1858년이다. 당시는 막 크롬철광(chromite)이 전세계에 걸쳐 개발되던 시기였고, 크롬 무두질이 처음 상업적 가죽 생산에 적용된 것은 1884년에 들어서 였다(new york). 이 시기 기술 수준과 정보의 전파 속도, 그리고 채 발전하지 못했던 미국 제조업의 상황 등을 고려하면, 나파에서 1875년에 기초적인 미네랄 태닝을 독자개발한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이전까지 가죽의 제조는 tanbark oak(참나무과, 껍질에 탄닌이 풍부함)에 의존하고 있었다. 19세기 피츠버그의 가죽산업을 조명한 기사 'Leather Bound(Pittsburgh History, Spring 1997)'를 보면, 초기 미국의 태너들은 차마 '태너리'라고 하기 어려운 수공방 형태였던 것 같다. 당시 캘리포니아 이주민들은 원장(cowhide)을 보스톤으로 보내 무두질하고, 제조된 가죽품을 다시 가져오는 단순한 무역을 하고 있었다. ​


『A Companion to California(1987)』에서 James David Hart는 1840년 Napa지역에 인접한 소노마에서 미국 최초의 태너리가 설립됐다고 적고 있다. 골드 러시(1850s)와 실버 러시(1858)를 거치면서 샌프란시스코만 주변 가죽 관련 산업은 크게 성장하기 시작하며(서부극에 나오는 광부와 카우보이의 의복을 떠올려 보라), 1857년부터 1890년 사이 캘리포니아의 태너리는 18개소에서 62개소로 늘어난다.


이런 와중에 1869년 B.F.Sawyer는 Napa에 자신의 성을 딴 태너리를 설립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성공적으로 태너리를 운영하고 있던 Manasse를 영입한 소이어 태너리는, 1875년 Emanuel Manasse가 발명한 부드러운 '나파레더'로 유명해 진다(마나세는 이후 소이어 태너리의 공동소유자가 된다). 골드러시 이후 수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캘리포니아로 이주해 들어왔는데, 특히 많은 중국인 노동자들이 Napa로 들어와 소이어 태너리에 취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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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파가죽을 탄생시킨 Sawyer Tannery는 나파 최대의 태너리였다.

사진: 『The Napa River(2012)』, Nancy McEnery


지금이야 포도를 기르는 조용한 와이너리들의 터전이지만, 당시 나파Napa는 캘리포니아에서도 손꼽히는 공업지역이었다. 1898년 3월 13일자 San Francisco Call의 기사는 "나파의 상업적 이점은 실로 대단하다. 나파는 캘리포니아의 그 어떤 도시보다 풍족한 물과 철도를 가지고 있다"고 썼다. 이 당시 나파의 강 주변에는 벨트, 신발 공장과 태너리, 정육과 접착제 등 연관 산업체가 들어서 공업지대를 형성하고 있었으며, 산업은 점점 집중화되어 갔다. Napa Glove Company and Hide House의 Earl Dietz는 나파를 '가죽 식민지'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The Napa River(2012)』, Nancy McEnery)


소이어 태너리는 나파에서도 가장 크고 비싼 제조 시설이었다. 1939년에는 하루에 약 1,500 장의 가죽을 처리하며 미시시피 주에서 가장 큰 태너리로 성장했다. 한 해에 백만 파운드의 양모가 부산물로 나와 보스턴으로 선적됐다. 미네랄 태닝은 이러한 높은 생산력의 뒷받침하는 기술이었다. 소이어 태너리가 20세기 초반 Patent Leather 등을 생산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이미 이 시점에서 소이어 태너리 역시 자사 특허보다는 보편화된 크롬 무두질을 사용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파 강변의 산업과 환경오염 문제를 다룬 『The Napa River(2012)』는 소이어 태너리의 크롬염(salt of chromium)과 황산알미늄(aluminum sulfate) 사용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골드 러시 이후, 제화 업체들이 동부 해안으로 옮겨 가면서 캘리포니아의 가죽산업들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20세기들어 조금씩 환경 문제를 인식하게 된 것도 원인이었다. 이미 1951년 캘리포니아의 태너리는 26개소로 줄어들었으며, 1967년에는 15개소, 1985년에는 단 3개소만 남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1990년 9월, 121년의 역사를 끝으로 소이어 태너리는 문을 닫는다.

The Bulletin, Oregon, 1990.9.9.나파의 향토사에 대한 피쳐 기사는 다음 링크를 참고. (8.1. 링크)




오늘날 나파 가죽의 의미

미국의 태너리는 골드러시와 함께 빠르게 성장했다. 이 당시 나파가죽은 '양가죽을 부드럽게 무두질한 글러브 가죽'만을 의미했다. 캘리포니아 광산에 몰려든 작업자들 사이에서 나파의 질 좋은 양모코트와 양가죽 장갑은 금방 유명세를 탔다. 이들 중에는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고 유입된 유럽 이민자들도 많았는데, 후에 고국으로 돌아간 사람들이 매개체로 작용하기도 했을 것이다. 골드러시 때 유명해진 제품으로는 리바이스 청바지가 대표적이다.


유럽에 비해 한참 늦었던 미국의 제혁산업은, 곧 특유의 산업화와 크롬 제법으로 빠르게 공급 규모를 늘리고 가격을 낮출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나파는 자신들만의 특징적인 가죽 덕분에 유명해 졌다. 20세기 초반 프라다가 그들의 제품(nappa gaufre)에 nappa 가공법을 적용했다는 것으로 보아, 나파가죽은 짧은 기간 동안 '부드러운 크롬가죽'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던 것 같다. 이 당시 명칭들이 대부분 이런 식으로 탄생했다.

크롬 제법이 보편화되고 부드러운 가죽이 충분히 많은 지금, 나파가죽의 명성은 예전 같지 않고 그 실체도 불명확하다. 가죽 가공 기술의 발전과 소가죽의 대량 공급 덕분에, 이제는 소가죽으로도 충분히 나파가죽을 만들 수 있다. 특히 부드럽고 내구성이 좋은 송아지가죽 나파가 등장하고, 나파의 대형 태너리들이 환경 부담에 의해 하나씩 문을 닫으면서, 더 이상 나파에서 만든 양가죽 장갑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물론 '부드러운 고급 가죽을 만드는 가공법'이라고 새롭게 재해석할 여지가 있기는 해도, 나파라는 표현 자체가 지금처럼 고급 가죽의 상징으로 대접받을 만한지는 의문이 있다. 우선 크롬제혁 자체는 더 이상 기술혁신의 상징이 아니며, 자칫 인간을 공격할 수도 있는 공업제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신뢰할 만한 브랜드나 표준화된 제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협회나 단체가 나서서 엄밀하게 품질을 통제하는 것도 아니어서, 나파가죽의 품질을 종잡을 수 없다는 것도 약점이다. 풀그레인이나 탑그레인 나파도 물론 존재하지만, corrected/pigmented 나파도 많이 있다. 원장과 가공, 마감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크롬가죽이 존재하는 만큼 다양한 나파가죽도 존재한다. 사실 '나파가죽은 이렇다'는 식의 정의 자체가 엄밀하게는 모두 잘못된 셈이다.


시장의 경향을 살펴보면, 나파 가죽이란 상업적으로 대량 만들어 낼 수 있는 고급 가죽의 한계선 같은 것이다. 예를 들어, 벤츠나 BMW 같은 브랜드에서는 시트에 embossed 나파가죽을 사용하지만, 벤틀리나 롤스로이스 같은 브랜드는 아닐린 베지터블을 사용한다. 프라다는 나파가죽을, 에르메스는 밀링 가공한 베지터블을 쓴다. 언급된 브랜드들의 차이는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었는지에 따라 구분된다. 나파 가죽이란 산업화 시대의 유산으로, '크롬 태닝으로 유연하게 만든 genuine leather의 통칭'이다.







* 본 게시물은 헤비츠 고유의 저작물입니다.

상업적인 용도로 무단 사용할 시 법적 대응합니다.


원문 : 헤비츠의 가죽이야기 8. 고급 크롬가죽의 대명사, 나파가죽 Nappa Leather_헤비츠저널

 ⓒ hev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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