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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죽이야기 10. 가죽의 윤리적 이슈와 지속가능성
작성자 헤비츠 (ip:)
  • 작성일 2016-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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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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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thics of Leather
천연 베지터블 가죽의 윤리적 이슈와 지속가능성


가죽을 다룰 때 직면하는 윤리적 문제는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습니다. 동물권과 동물보호에 대한 담론은 계속적인 대립과 꾸준한 논란 속에 존재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들어 윤리적 소비, 가치관에 따른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가죽산업은 더욱 큰 부담을 떠안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다양한 자연-화학소재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늘 뒤쳐질 수 밖에 없는 소재이기에, 몇 가지 인식의 개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사실 지난 30년은 가죽 생산자 모두에게 커다란 도전이었습니다. 초 국가적인 환경 개선요구와 윤리적 요구에 모두 대응하고, 산업의 생존을 위해 본질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했던 것이지요. 비록 가죽산업과 동물보호 진영은 처음부터 타협의 여지가 없지만, 분명 생산환경을 개선하여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고 최소한의 윤리적 이슈를 해결할 필요는 있었습니다, 헤비츠가 소개하는 이탈리아의 베지터블 레더는 그러한 가죽업계의 노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 : 김준기

원문게시일 : 2016.02.04​

최종수정일 : 2016.05.10





* 들어가기 전에, 개인적인 신념으로 살생을 금하고 채식을 선택한 분들과 논박하기 위한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그런 어려운 결심을 하고, 직접 실행에 옮긴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근본적인 가치관의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선택의 차이인 만큼, 완전히 대칭점에 있는 삶의 방식까지 설득하려는 오만한 의도는 절대 없습니다.






1. 도축의 정당성

제혁업을 둘러 싼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오로지 가죽을 위한 도살'입니다. 단지 가죽을 얻기 위해 동물을 도살한다는 이미지는 정확하게는 모피 동물과 특수피혁에 대한 것으로, 1. 동물을 사냥하여 전리품으로서 그 모피혁을 벗기는 행위와, 2. 저개발 국가에서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산채로 모피혁을 벗기는 행위에 대한 혐오가 결합되어 나타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행위들은 현대화 된 소가죽 생산라인과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우선 1. 희귀동물의 피혁을 얻기 위해 멸종 위기종을 사냥하는 행위는 현재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각국 정부는 공통적으로 사냥 면허를 통해 야생동물 개체 수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2. 산채로 모피를 벗기는 것은 주로 관련규제 및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저개발 국가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사후경직으로 인해 무두질 비용이 증가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것인데, 이는 일반적인 무두질 공정과는 관계가 없으며, 미진한 산업화와 공정 무역 등 구조적 문제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오늘날 소가죽은 산업화 된 축산업의 공장 도축과정을 거쳐 나옵니다. 도축 과정에서 가축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고기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다행스럽게도 개발국에서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여 도축하는 방법 자체가 산업적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세계 축산 환경은 아직까지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지만, 계속해서 윤리적 압력을 받으며 진보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렇게 식용 고기를 생산하는 가축의 가죽에 한해서는, 적어도  앞서 지적했던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 방식으로 생산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안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발국의 가축들은 일련의 프로세스를 통해 최소한의 윤리적 부담만을 지고 도축되며, 육고기 생산을 위해 벗겨 낸 가죽을 폐기하지 않고 모두 염장하여 각 태너리에 재판매 합니다. 태너리들은 원장의 상태에 따라 일정한 원피 가격을 지불하고 이 부산물을 구입하며, 복잡한 제혁 공정을 통해 부가가치를 더하여 가죽이라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오늘날 전 세계 천연가죽의 80% 이상을 소가죽이 점유하고 있는 것은 거대한 축산업 덕분입니다.

개발국 태너리들이 이렇게 파이프라인을 따라 저렴하고 적법하게 공급되는 육우의 원피를 마다하고, 불법적인 사냥이나 도축을 감행할 유인은 전혀 없습니다. 공업화 된 태너리에서, 굳이 1톤에 가까운 육우를 목숨 걸고 직접 산채로 도살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물론 일부 초고가 명품에서 내추럴 마크를 최소화한 고품질의 원피를 얻기 위해 직접 목축을 하는 경우가 있으나, 당연히 이 경우에도 등록된 도축업자에 의해 합법적으로 도축되어 모든 육류가 정상적으로 소비됩니다.

따라서 정상적인 경로로 유통된 천연 소가죽 제품을 사용할 때 소비자가 느껴야 할 윤리적 부담은, 우리가 일반 육류 소비에서 느끼는 희박한 윤리적 부담과 정확히 동일한 크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윤리적 비판의 허상

인류의 가장 오래된 산업 중 하나로 제혁이 실행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과거 부족사회에서 사냥은 부족 전체의 에너지를 동원해야 하는 일이었으며, 일부 구성원의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생존의 문제였습니다. 특히 자연은 경외의 대상이었고, 함께 공존하는 두려운 대상이었기 때문에,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가지고 모든 자원을 활용하려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 때에는 사냥이 스포츠도 아니었고, 가죽이나 모피가 사치품도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생명존중 사상은 비교적 근세까지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도축업을 일부 집단에게 넘기기는 했으나, 여전히 우리는 가축과 가까웠고, 도살이라는 행위에 대해 깊은 가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농업가구의 노동력 상당 부분을 담당하던 소를 도축하는 것은 중대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버리는 것 없이 모든 자원을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고기와 가죽 뿐 아니라 털, 내장과 피, 뼈 등 거의 모든 부위를 활용한 것은 그런 의미였습니다.

오늘날 가죽은 오히려 가장 오래된 재활용 산업 중 하나로 여겨 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육고기를 소비하는 한 도축은 해야 하고, 자연스럽게 제혁업이 존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축산업 부산물을 렌더링하여 기름과 단백질, 질소를 따로 모아 활용하는 재활용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비료 수요에 비해 부산물 공급이 지나치게 많아 재활용 수요가 줄어든 것이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오히려 현대 축산업에서 도체의 폐기율이 살아 있는 가축 무게 대비 50%를 넘어가며, 선진국으로 갈수록 이 폐기율은 더 높아진다는 사실입니다. 축산업 덕분에 우리는 깨끗하게 포장된 신선한 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소비할 수 있게 됐고, 도축에 대해 별다른 윤리적 부담을 지지 않게 됐습니다. 자연히 냄새 나고 맛 없는 잡육이나 역한 부산물들은 소비하지 않게 됐고, 점점 주요 식육 외에 폐기하는 부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대 축산업에 대한 윤리적 비판이, 다름 아닌 자본경제의 풍요 위에 건설된 이른바 선진 도시문명 속에서 터져 나왔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합니다. 과연 이 비판들이, 가혹한 자연에 대해 생존해야 했던 인류의 오랜 생명존중 사상을 이해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특히 축산업과 가죽에 대한 비판 중 일부가 인간 우월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애완동물 문화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습니다. 도시 속에서 인간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 동물의 본성을 모조리 제거하거나 교정하고, 심지어 품종개량이라는 미명 아래 생존기능의 퇴화까지 의도하는 이기적 욕망의 절정을 누리면서, 동물권을 주장하는 것은 위선에 가깝습니다.

현대 축산업에서 생산된 식육은 분명 상품의 성격이 강하긴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축산업이 시스템화 된 것은, 오늘날의 경제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수명의 비약적인 연장에 따라 세계 인구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고, 이를 통제할 전쟁이나 질병, 자연재해 등은 점점 더 최소한으로 통제되고 있습니다. 축산 시스템의 혜택으로 매 끼니 육식을 하면서, 동물을 죽이는 산업이라며 축산업을 공격하는 것은 사회 전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유아기적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시스템화한 경제는 어떤 추악한 욕망을 가진 주체의 산물이라기보다, 최소한의 환경부담과 최대한의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면서 늘어난 인구의 풍요로운 생활을 떠받치기 위한 구조로 봐야 합니다. 이 구조에 대한 윤리적 부담은, 현대 도시문명과 자본경제 체제를 모두 파괴하고 원시 상태로 돌아가자는 반문명적 논의로 이어지지 않는 한, 우리 모두가 떠안아야 할 최소한의 부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환경적 지속가능성

UN과 선진국들은 이미 90년대에 산업과 경제활동 전반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을 조사하고 그 대안을 연구한 바 있습니다. 92년 리우회담에서 발의된 아젠다21이 그것입니다. 이는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이루어진 전 지구적 연구였습니다. 특히 20세기 후반 세계 인구가 급증하면서 농업의 단위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증대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그에 따라 생산과정에서의 환경부담 역시 자연적 자정능력으로 해결하지 못할 만큼 심각해 지면서, 모든 농업 전반에서 에너지 효율과 폐기물 처리가 중요한 문제로 부상하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환경오염 산업 중 하나였던 제혁업은 축산, 도축, 낙농과 함께 축산업의 일부로 다뤄 졌으며, 산업화와 공장화로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오늘날 제혁업이 축산물의 도축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을 재활용하는 대표적인 산업으로 꼽힐 수 있었던 것은, 사실 이러한 축산업 시스템 전체의 정비에 힘 입은 것입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대형 공장 설비가 환경에 큰 부담을 주는 것으로 여겨 지지만, 이런 오해는 경제주체가 규제를 위반하는 비정상적 상황에서 기인합니다. 사실 근대의 농·축산업은 도리어 설비화를 통해 폐기물이 새어 나가는 것을 엄격하게 통제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야생동물의 분변은 단위면적 당 환경부담이 매우 적지만, 대형 축사에서 나오는 분변은 지류 하천이 처리할 수 없는 유기오염을 일으킵니다. 따라서 점점 대형화하는 축사를 공장화하여 분변을 통제하고, 수집한 분변을 인공적으로 처리해, 인근 생태계에 미치는 환경적 충격을 통제할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설비 증설과 산업화, 그리고 강력한 규제가 있다면, 오히려 광범위하게 산개한 소규모 자영농촌보다 공장 설비의 환경 영향이 줄어듭니다.

다량의 물과 화학용제를 사용하는 제혁업은 그 중에서도 가장 엄격한 관리를 받는 대표적인 환경 산업입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생겨난 원시산업 중 하나이지만, 이 역시 가내에서 노동집약적 수공업으로 실시할 때의 이야깁니다. 과거 인간의 물리력으로 해결하던 작업은 모두 효율적인 화학반응으로 변환했고, 이제 가죽 무두질은 비약적인 생산력 증가를 달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급부로 다량의 산성용액과 유기물을 배출하게 됐고, 이에 대한 적절한 처리가 필요해 졌습니다. 무엇보다 엄청나게 많은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수자원 관리 능력이 부족한 저개발 국가에서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개발국가에서는 면밀한 환경평가와 대단위 처리설비 증설, 그리고 엄격한 규제가 실시됐습니다. 또한 설비 전체의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물이나 화학약품 및 원료를 재사용하는 등 다양한 연구가 이뤄 졌습니다. 당연히 높은 설비 비용이 들었고, 제혁업이 막 현대화되던 시기에 많은 태너리들이 규제를 피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 저개발 국가로 탈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도 환경 비용에 대해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고, 제혁산업 클러스터 자체를 폐쇄하는 등 강경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제혁업의 환경적 지속가능성은 꾸준한 설비 투자와 지속적인 감시로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4. 소비 주도형 변화의 필요

인간의 욕망을 남김 없이 제거해야 할 악으로 바라보는 것은 그 자체로 독선이고 오만입니다. 다수의 욕망을 인정하고, 충족 과정 자체를 곧 자연스러운 진보의 과정으로 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시스템과 그 한계를 좀 더 본질적으로 들여다 보고, 각 경제주체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효율을 끌어올리거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논의가 가능해야 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생각의 전환을 이끌어 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해외의 진보적 쉐프들이 그동안 사용하지 않던 5년령 이상의 소고기 및 젖소고기를 드라이에이징과 시어링 등을 통해 소비 가능한 육류로 바꾸는 것이 그렇습니다.

그런 작업이 소가죽에도 존재합니다. 그 동안 잘 사용하지 않던 젖소 가죽이나 저품질 원료를 사용하려는 시도가 그것입니다. 원래 '마감'이란, 흉터와 잡티가 많은 낮은 등급의 가죽을 도료와 코팅으로 깨끗하게 상품화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대적 마감은 겉보기 등급을 인위적 노력으로 극복해 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마감 기법을 활용하면, 등급이 떨어지는 젖소 가죽이나 황소 가죽 등을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한편, 축산업과 제혁업의 지속가능한 관계는 소와 돼지, 양 정도의 주요 가축에 한합니다. 희귀한 동물 가죽이나 모피에 대해서는 여전히 윤리적 문제와 지속가능성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소와 돼지, 양, 염소 등 대표 가축을 벗어나면, 우리는 곧바로 윤리 문제에 부딪힙니다. 예를 들어 독특한 모양을 가진 타조 가죽의 경우, 가죽의 가격과 고기의 수요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타조 고기가 조금씩 입소문을 타면서 고급 고기로 소비되고 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당수의 타조 농장은 가죽이 주 목적이었습니다. 악어에 비하면 타조는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에 속합니다. 가죽 중에서 가장 고가에 속하는 악어 등 파충류의 가죽은 전적으로 가죽만을 소비하기 위해 도살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조 기법 역시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축산업을 통해 최소한의 윤리적 부담만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소가죽을 사용해, 윤리적 부담이 큰 희귀가죽을 모조하는 것입니다. 희귀가죽 문양을 만드는 마감 기법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으며, 기술의 발전 덕분에 악어가죽 패턴 자체는 많이 저렴해 졌습니다. 천연 소가죽이라는 표기를 명확하게 한다는 전제 하에, 모조 기술은 '가죽 만을 위한 도살 행위'를 줄이면서 미적 욕구를 긍정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윤리적 생산자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항은 많지 않습니다. 결정적인 열쇠는 늘 소비자가 쥐고 있습니다. 고기를 소비하지 않는 밍크나 여우 등은 오로지 모피만을 위해 도살됩니다. 모피 동물은 고기 소비가 되지 않고 사육이 어려워, 앞으로도 이 문제를 생산자가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윤리적 소비를 원한다면, 모피나 특수가죽의 소비는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지 충분히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가죽 관련 공예품에 대해서는 여타 공산품들과 다른 품질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죽은 어디까지나 동물의 피부이며, 당연히 점, 주름, 핏줄, 흉터, 얼룩 등 내추럴 마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흔적은 인위적으로 가릴 수 밖에 없으며, 커버에는 화공품이 사용됩니다.


현대적 마감기법을 활용하자는 이 주장은 헤비츠 브랜드와 전혀 다르게 보이지만, 헤비츠의 품질 정책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나아가면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산 베지터블 가죽은 고가 원료를 사용한 고급 가죽이지만, 오히려 인위적으로 마감된 일반 원피에 비하면 상업적 결점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소비자 컴플레인을 감수하면서까지 계속해서 풀그레인 가죽의 내추럴마크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다소 무모해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가죽은 공산품이 아닙니다. 가공에 손이 많이 가는 자연소재입니다. '깨끗한 가죽면'에 대한 극단적 집착이 없다면 가죽의 폐기량은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될 것이며, 내추럴마크와 에이징을 내세우는 베지터블 가죽이 보편화된다면 중금속 무두용제와 무기질 도료(안료)의 사용량도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5. ethical leather의 환상

가죽에 대한 윤리적 비판이 거세지던 와중에 새롭게 떠오른 대안이 바로 인조 가죽입니다. 동물을 살생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윤리적 가죽'이라고 하며, 채식주의자도 윤리적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하여 '비건레더(vegan leather)'라고도 합니다*. 그 동안 인조 가죽은 천연 가죽에 비해 저급 원료로 지적 받던 화학제품이지만, 오히려 가짜인 덕택에 가죽의 윤리적 쟁점에 힘입어 약점을 딛고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 주 : 비건레더와 베지터블 레더는 다릅니다. Vegetable tanned leather는 식물성 탄닌으로 무두질한 가죽​을 뜻합니다.


인조 가죽은 사용상의 불편함도 없고, 겉보기 품질에서 매우 우수합니다. 피부를 다루는 가죽에 비해 생산 측면에서 제약이나 한계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값이 저렴한데다 생산에 한계가 거의 없어서, 보통 SPA 패션에 많이 쓰입니다. 그러나 석유화학 제품이 가지는 본질적 한계를 넘어설 수는 없습니다. 윤리적 가죽이라고는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두껍고 균일한 비닐 소재입니다. 인조 소재 특유의 내구적 한계는 물론이고, 모조 기술의 작지만 결정적인 차이도 여전합니다.

특히 이 가짜 가죽의 생산과 소비는 사실 전혀 윤리적이지 못합니다. 일단 생산 과정에서 가죽 못지 않는 에너지와 유독물질을 사용합니다. 고분자 수지를 결합시키고 유지하기 위해 다량의 가소제와 안정제, 접착제, 산화방지제 등이 사용됩니다. 이것은 환경에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인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칩니다. 가소제를 비롯해 플라스틱에 섞여 있는 수 많은 화학약품들은 몇 년 동안 천천히 빠져나가며, 이것이 빠져 나가면서 플라스틱에 변형이 생겨 낡게 됩니다.


공장에서 대량 제조된 PVC 및 PU 인조가죽은 저렴한 덕택에 주로 패스트패션 소재로 사용되며, 소비주기가 1~2년 이내로 매우 빠릅니다. 더 많이 사용되고 더 빨리 폐기되지만, 인조 가죽은 전혀 생분해되지 않습니다. 순수한 플라스틱이 아니기 때문에 재활용도 불가능하여 모두 연료로 소각 폐기하며, 이때 다이옥신 및 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합니다. 가죽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플라스틱 소재를 더 많이 버리는 셈입니다. 환경에 대한 종합적 인식이 점점 강화되는 시대에, 한 철 잠깐 쓰고 버리는 이 풍요로운 소비 패턴을 과연 윤리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름만 바꾼다고 본질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6. 지속가능한 대안으로서의 베지터블 레더

축산업은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고, 그에 따라 가죽이라는 부산물이 계속해서 생산될 것이라면, 적어도 우리는 후대까지 산업과 환경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대안이란, 자동차 연비를 개선하고 엔진을 다운사이징을 하거나, 초창기 전기 자동차를 현대적으로 개량하는 행위, 혹은 되도록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캠페인이지, 당장 이 세계에서 자동차를 모두 없애자는 파괴적인 주장이 아닙니다. 도축과 육식을 금지하거나 자동차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힘과 권력으로 단기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베지터블 가죽이 일반 가죽에 대해 가지는 상대적 특징이란, 가능한 최소한의 에너지와 화학품을 사용하고, 부족한 부분은 시간과 기술, 노동력을 들여 채워 나간다는 것입니다. 생산자의 반 상업적 신념이자, 자연환경과 인간을 모두 신중하게 고려한 방식입니다. 이것은 철저하게 상업적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크롬 제혁이 인본적이지 않으며,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대두된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상업적 윤택함이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지만, 좀 더 신중하고 사려 깊은 소비자들에게는 현 시대에 선택 가능한 가장 좋은 선택항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베지터블 가죽은 오랜 시간 천천히 생산되며,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위적 가공만을 하여, 필요 없는 에너지와 자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플라스틱 마감이나 중금속 도료 등이 사용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생분해 되며, 최소한의 환경 부담만을 남깁니다. 시간과 노동력이 상대적으로 많이 소요되어 고가이지만, 그만큼 제작자도 신중하게 제작할 뿐 아니라, 구매와 소비도 신중해 집니다. 오랜 내구성으로 사용 연한이 길어 폐기율이 낮고, 사용 패턴도 긍정적으로 변화합니다. 고가품을 관리하며 오래도록 사용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애착이 생기고, 단지 질렸다고 쉽게 버릴 수 없게 됩니다.


한 가지, 요즈음 베지터블 가죽을 '친환경 가죽'처럼 포장하는 마케팅이 있으나, 사실이 아닙니다. 크롬가죽이나 인조가죽에 비해 상대적 개념일 뿐, 결코 베지터블 가죽 자체를 친환경 원료로 볼 수는 없습니다. 이는 면직물이나 실크, 린넨 등 우리가 좋아하는 자연재료들이 단지 자연적인 느낌의 '친인간 재료'이지, 결코 친환경 원료일 수는 없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쌀을 재배하기 위해 광활한 자연을 착취해야 하듯, 베지터블 가죽을 무두질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자연을 훼손해야 하고, 다량의 물과 소금, 석회를 사용해야 합니다. 친환경의 극단에서 인간종의 절멸이 논의되는 이유는, 우리의 경제활동 중에서 친환경적인 것은 결코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베지터블 태너리 역시 3항에서 말한 대로, '지속가능한 대안'을 찾는 수준에서 계속적인 규제와 감시 아래 생산되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탈리아 베지터블 가죽은 현재까지 가장 확실한 대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화학물질 규제인 REACH regulation을 적용 받는 EU 국가이자, 세계에서 유일하게 베지터블 가죽에 대한 자국 표준을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우리는 이탈리아에서 단순히 고급품의 이미지를 찾는 것이 아닙니다. 객관적으로, 아직까지 베라 펠레 콘소시엄 외에 이런 철학과 신뢰를 바탕에 두고 생산된 가죽은 찾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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