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가볍게 사는 것이 유행이다. 비워내거나 버리거나. 법정 스님이 오래 전에 말했던 '무소유'가 '미니멀리즘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포장지에 싸여서 유행한다.
번거로운 것은 모든 것이 '관계 맺음'과 연결되어 있다. 안식처 바깥에서 날카롭게 벼르다가 퇴근하면 꽉 조였던 넥타이를, 꼿꼿했던 하이힐을 벗어 던지고 싶어진다.
사람이 하루에 쏟을 수 있는 정신력은 개인마다 한정되어 있다. 사회적인 삶(게젤샤프트 gesellschaft)이 피곤하므로, 사물에 쏟을 마음이 모자라게 된다. 그래서 가벼운 삶, 몰취미의 삶을 은근히 바라게 되고 만다.
가치는 수고로움에서 생긴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사람의 수고와 시간이 뭉쳐진 어느 한 지점이다. 그 형태가 때로는 명품으로, 때로는 유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아끼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함께 공유한 시간이 많아야 하는 것과 같다.
인간이 태어난다는 것은 스카이 다이빙을 하는 것과 닮았다. 숨 쉬는 모든 것은 죽음을 향해 걷는다. 필연적인 비극에서 위로받을 수 있는 것은 딱 하나, '이 연극을 잘 해내야 한다'는 연대와 공감뿐이다. 그래서 삶을 가치를 높이려면, 수고와 시간을 겹겹이 쌓고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에게 인정받는 경험을 자주 하는 것이 유일하다.
그러기 위해 소중한 사람에게 소중한 물건을 안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귀하다고 여기는 것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그런 물건들은 사전적인, 숫자에 불과한 껍데기밖에 없다. 늘 손이 가고, 시간의 흔적이 곳곳에 남는 물건에만 가치가 쌓인다. 그래서 노트 패드 커버에 아내의 이름을 새기고 선물했다.

좋아요, 정말.